‘우리의 미시사(微視史) 속 미시사(美視社)’ 


아름다울 美, 볼 視, 모일 社 

개인의 삶을 탐구하는 학문의 뜻인 미시사 微視史의 한자를 바꿔 만든 이름입니다. 
미시사는 우리 개개인의 삶을 아름답게 빛낼 정성 깃든 물건을 나무로 만듭니다. 


‘정성에서 우연으로’ 

좋은 그릇은 요리를 하고 싶게 하고, 잘 만들어진 펜은 글을 쓰고 싶게 하며, 추억이 깃든 애정어린 물건은 나를 닮아 갑니다. 

물건은 비록 필연적인 목적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단지 필요에 의해 쓰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는 상호 교감적이고 우연스러운 존재가 되어 간다고 생각합니다.

미시사美視社가 만드는 도구들이 우리의 삶 속에서 함께하며 아름다운 미시사微視史가 써지기를 바랍니다.


 

이상민 作

[담ː따]

 

mishisa atelier first exhibition

[담ː따]는 ‘닮다’와 ‘담다’의 발음기호이자, 이번 작업의 주제인 ‘자연을 닮은 나무, 그 안에 담긴 또 다른 자연’을 의미합니다. 


나무가 다했네. 

나무 작업을 하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무늬결과 색입니다. 어찌나 그렇게 다른 얼굴을 하고있는지. 

설령 만듦새가 조금 못하더라도 다채로운 나무의 개성이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채워줍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도와주는 김에 좀 더 확실하게 도와 달라고 나무에게 염치없게 부탁해 봅니다. 

서로 다른 결과 색을 가진 나무를 찢고 오려 붙여, 미시사의 해석을 담아(숟가락을 얹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듭니다. 

이상민 作

자연을 ‘닮다’ 

생물학적으로 나무는 식물에 속합니다. 우리가 건축이나 가구 소품을 만들기 위해 다루는 식물은 종자식물인 겉씨식물과 속씨식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은행나무나 소나무 등은 씨가 겉으로 드러나 있다 해서 겉씨식물, 참나무나 호두나무 같은 식물은 씨가 열매로 보호되고 있어 속씨식물이라 분류됩니다. 목수들은 제작자의 관점에서 재질의 경도에 따라 소프트우드와 하드우드로 부르기도 합니다. (생물학적 분류와 통상적 분류는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두 종자식물은 생물학적 분류에 의해 수많은 종으로 나뉘고 종은 다시 단일 개체로 나뉩니다.  

나무 개체들은 서로 다른 지형적 위치와 기후 환경에서 자라납니다. 환경적 요인은 나무의 생장에 생각보다 많을 영향을 끼칩니다. 가령 비나 눈이 많이 오는 해에는 나이테의 폭이 넓어지고 생장 중 병충해 혹은 바이러스 등을 겪으면 독특한 무늬가 생기기도 합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원목의 무늬는 유전적 요인과 개별 환경 속에서 수없이 많은 인과를 겪은 나무의 기록입니다. 나무의 생장은 그 자체로 자연의 역사를 담고 있으며 그로 인해 생겨난 모습 또한 자연과 닮아있습니다. 


필연과 우연이 겹쳐 저희에게 다다른 과정 또한 그 역사로 삼고 미시사의 손에서 서로 다른 나무들을 집성하는 인위적인 결합을 통한 새로운 기록을 작업물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담다’ 

강, 바다, 노을, 눈, 호수, 산 등 자연에 대한 개인적인 심상을 추상화시켜 담아보려 시도했습니다. 목재 간 무늬 조합이 자연스러운 것은 그대로 살려 특별한 심상을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자연을 닮은 소재인 나무 자체가 이미 자연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든 이의 의도와 관계없이 떠오르는 대로 즐겨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제의 이미지를 담기 위해 쟁반이 사용 되었습니다. 쟁반은 여러 용도로 사용되곤 하지만 손님을 맞이 할 때 접대하기 위해 차나 다과를 담아 나르기 위한 도구로도 사용이 되죠. 비록 다과를 대접해 드릴 수는 없지만 저희의 이야기를 쟁반에 담아 여러분을 맞이합니다. 부디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상민 作

물푸레나무같이 우리 주변에서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와 파덕, 소태나무같이 상대적으로 흔하지 않는 나무들도 사용되었습니다. 표현을 위한 점도 있지만, 굳이 흔하지 않은 목재를 사용한 것은 자연의 색 또한 다채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세계 각지에서 성장한 나무들이 우연스럽게 저희를 만나게 되고 서로 한데 묶여 있을 운명이 되었네요. 

이상민 作

작업은 두 가지 방법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떠오른 이미지와 평소 봐왔던 나무 이미지를 대입시켜 먼저 도면을 그리고 원하는 나무 무늬와 색을 찾아 제작하였습니다. 또, 각 나무 무늬 색의 조합이 우연히 눈에 밟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작업 방식에 따라 스물 다섯개의 작업물 하나하나가 모두 유일한 단일 작품의 형태로 제작되었습니다.  

이상민 作

이상민 作

작업에 임하며 종종 누군가의 삶에 자리할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이 참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내가 필요하거나 혹은 타인이 필요로 해서 물건을 디자인하고 만들다 보면 생활이 공유되는 느낌도 듭니다.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요청에 의해 물건을 디자인하고 만든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을 때도 많았습니다. 나 아닌 타인이 혹은 여러 사람이 쓸 물건을 만든다는 것은 보편성과 (이와 반대로 지극히 개인적인) 특수성을 염두에 두고, 양쪽 목표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반드시 작업을 정제하고 다듬어 나아가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우연스럽게도 이렇게 덜어내는 과정에서 버려진 조각들이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 될 때가 있습니다. 현재 프로젝트에서는 필요치 않았지만 다른 프로젝트의 시작이 될 수도 있는 새싹인 셈입니다.

이번 [담ː따] 역시 정제되며 깎인 조각으로부터 기획되었습니다. 바쁜 일정 속 전시를 준비하며, 미시사 스스로에 대해 정리하고 조금 더 깊숙이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전시라 하기에 작고 소박한 내보임이지만 과정 속에서 느낀 저희의 즐거움이 여러분께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미시사는 앞으로도 자신과 타인을 위해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며 재밌게 지내 보겠습니다.

그러다 다시 또 생긴 부스러기들로 이야기를 엮어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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